워낭소리

힘들게 계단을 오르는 노 부부의 지팡이로 시작된 영화는 그들의 집을 담벼락처럼 지키고 서 있는 땔감더미에서 끝난다. 

넉넉한 인심으로 1년을 선고한 수의사에게 소가 왜 그래.. (그렇게 안 죽어..)라며 인상궂게 우긴 후 부득불 들로 끌고 나가는 최씨고집이 걸치적거렸지만, 그건 그 자신에게도 어쩔 수 없는 살아가는 법이라는 걸 한심하게도 한 참 후에야 눈치챘다.  

깨끗한 포장도로위에 어긋나 절뚝거리는 쇠발톱과 마디가 빠져버려 치료할 수 없는 최노인의 발가락 엑스레이사진. 세월을, 삶을 버티고 살아온 old partner간의 흔적. 아픔.. 

9자녀가 찾아오는 잠깐 추석 저녁이 비로소 영화를 영화로 만들어 준다.

저 소가 죽어야 내가 편하다는 할머니는 이렇게 오래 버틸거면 좀만 더 버티지.. 고생하며 날라준 땔감나무를 보듭는다. 

셋이 영화를 시작해서 둘이 남았다. 오래지 않은 후에 하나가 남으면 카메라가 돌아가기 40년 전에 시작된 영화가 끝날 것이다. 

그들의 영화에, 내 주변의 영화에 감사한다.

★★★★★

워낭소리
감독 이충렬 (2008 / 한국)
출연 최원균, 이삼순
상세보기